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는 어느 날 새벽, 길에서 다리가 불편한 손녀ᄄᆞᆯ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는 할머니를 만난다. 손녀딸은 계란말이를 잘 만들고 방 안에 같혀 주워온 책들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이름은 조제.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츠네오는 혼자 굴러가다 넘어진 유모차를 일으켜 세워준 인연으로 조제의 집에서 밥을 얻어 먹게 되고 맛있는 밥맛을 잊지 못해 그 집을 다시 찾게 된다.

 

츠네오는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에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조제와 친구가 된다. 그는 조제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고 점점 그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츠네오가 정부의 장애인 주택개조서비스를 대신 신청하여 조제의 집을 수리한다. 그날 츠네오에게 호감을 가진 같은 대학 사회복지사 지망생인 카나에가 조제의 집을 견학차 방문한다. 벽장 속에 앉아 있는 조제와 일을 돕고 있는 츠네오와 부딪친다. 이 사건으로 조제는 비장애인 츠네오를 부담스러워 한다. 할머니는 츠네오의 방문을 거절한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다시 멀어진다.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조제는 츠네오는 다시 조제를 찾아온다. 그리고 조제를 집밖 밟은 세상으로 이끌어 낸다. 둘은 시골의 츠네오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려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에 늘 조제를 업고 다녀야 하는 츠네오는 점점 자신의 등에 업힌 그녀가 무겁다고 느낀다. 조제는 예측했다는 듯이 여행의 목적지를 바다로 바꾼다.

 

조제는 츠네오를 담담히 떠나보내고 츠네오는 일상적 출근이라도 하는 듯 자연스레 집을 나간다. 더 이상 업어줄 사람이 없는 조제는 전동휠체어에 몸을 싣고 혼자 장을 보러 나간다. 열심히 요리를 하고 생선을 구워 먹는다.

 

장애인의 이동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란히 함께하는 사회통합의 첫 걸음은 물리적인 사회참여에서 시작된다. 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이 교통 및 이동수단과 공공시설물에 접근하는 권리의 보장을 의미한다. 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여섯 개의 시선중 여동균 감독이 연출한 대륙횡단은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대륙횡단은 광화문대로를 건너는 행위를 뜻하고 있는데,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광화문대로는 장애인에게 대륙횡단에 해당한다.

 

그곳엔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너무도 고요해. 그다지 외롭지 않아. 애초부터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천천히 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없어지게 자기가 없어지게 되면, 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영화와 사회복지, 한국여성복지회, 청목출판사 2006)      

Posted by 사통팔달 주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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