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선수의 나무 사랑인생 



세계 챔피언을 꿈꾸었다

동영철씨의 전직은 권투선수였다. 서울에서 자란 그는 18년의 청춘을 복싱에 바쳤다. 열심히 샌드백을 두들겼고, 한 때 촉망받는 아마추어 복서로 꼽혔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달랐다. 결혼을 하고 부양가족이 생기자 평생을 복싱을 하며 살 수는 없었다.

 

팔봉산 유원지 근처 산을 자주 오르래리던 그는 우영한 기회에 계곡 너머 화전밭을 발견한 것이다. 계속 아래 홍천강과 깊은 산이 주는 매력에 도취된 그는 이때부터 꽃농사로 향하게 된다.

 

처음에 농사일이 몸에 배지 않아 무척 힘들었습니다. 화전밭을 개간하려고 하루 온종일 자갈돌을 골라낼 땐, 차라리 링에서 매를 맞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용담은 예부터 위장병, 소화 불량에 좋은 건위제로 사용되어 왔다. 언젠가 경동시장 약제 상가에 들러봤더니 용담의 뿌리는 한방에서 초룡담으로 불리며 근당 7천 원씩에 판매되고 있었다. 동영철 씨는 현재 5년에 한 번씩 용담을 갱신하는데, 만일 여기서 나오는 수없이 많은 용담뿌리를 약재로 활용하게 되면 그 가능성은 엄청나다.

 

동영철 씨의 두 번째 수출품목은 조팝나무이다. 밀원식물로 양봉농가에도 도움을 주고 특히 무리진 흰꽃은 은은한 향까지 지녀 가지를 잘라 꽃꽂이용으로 쓰인다. 현재 1700평에서 대량 재배를 하고 있는데 밭을 보면 순 자갈투성이다. 그런데도 조팝나무는 화려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는 용담을 수출해 번 돈으로 주위의 싼 자갈밭만 골라서 샀고, 여기에 자갈밭에도 강하고 수출도 할 수 있는 조팝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PD도 온젠가는 농촌간다. 신동헌 지음. 도서출판 씨네포럼 1999)

Posted by 사통팔달 주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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