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일생을 통틀어 두 가지 생장을 합니다.
하나는 몸을 만드는 영양 생장이고 다른 하나는 자식(종자)를 만드는 생식 생장이죠.
식물에게 양분을 공급해주는 떡입은 몸을 만드는 영양 생장을 도와 줍니다. 그래서 제가 떡잎을 제거해버리면 수박 모종은 이런 소릴 해요.
‘아이구, 이제 밥줄이 끊겼으니 어떻게 하나? 내 한 몸 잘먹고 잘 사는 것보다 자식을 만들어 후대를 기약하는 게 났겠다’고요
그만큼 종자를 만드는 생식 생장이 빨리 시작된다는 거죠. 그래서 떡잎이 제거된 수박모종은 접목된 후 닷새만에 열매가 맺힙니다. 일반 접목법을 쓴 모종은 보통 보름 후에 열매가 맺히니까, 열흘정도 빨리 착과가 되는 셈이죠. 그만큼 수확도 빨리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상수 씨는 접목 작업을 할 때 접목용 클립과 핀을 일체 쓰지 않고 있다. 단지 박 대목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이 구멍에 준비된 수박의 어린 묘를 끼우는 식으로 접목이 완성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접목에 쓰는 송곳이 주문 생산으로 만든 특수 송곳이란 점이다. 개당 1만 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박 대목에 찌르면 구멍 입구는 넓고 출구 부분은 좁게 뚫어준다. 수박 묘를 구멍에 끼우면 수박의 조직과 박의 조직이 한치의 오차없이 딱 맞아떨어져 상처부위도 빨리 아물게 되고 접목성공률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신PD도 온젠가는 농촌간다. 신동헌 지음. 도서출판 씨네포럼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