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소나기’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소설 소나기)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순수하고 아련한 첫 사랑을 어루만진 황순원의 시적 문장들이 색채와 형체를 입고 되살아납니다. 소년과 소녀가 마주치는 징검다리가 놓인 개울, 눈이 온 듯 흰 갈대밭,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과 숲, 일렁이는 논과 밭, 냇가의 조약돌과 냇물 위를 떠가는 단풍잎 하나 하나가 한국적인 서정성이 묻어나는 수채화입니다,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안재훈(48)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소나기’는 약 2년간 200∼300명이 그린 약 3만장의 원화로 만들어진 2D 애니메이션입니다.